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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  I  October 13, 2023  I  Written by 권오윤 이사

2차 창작물 시대의 브랜드 (1/2)

4년 전 ‘집순이 (Jipsun)’이라는 유튜버가 인기 드라마 ‘호텔 델루나’와 ‘도깨비’를 활용하여 새롭게 편집한 ‘델깨비’라는 영상을 선보였고, 나름의 인기를 얻어 현재까지 254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사례를 오늘의 주제인 ‘2차 창작물’ (Derivative Work)이라 한다. 2차 창작물은 원저작권이 있는 1차 창작물을 오픈소스로 허용하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없다. 한마디로 표절로 저작권침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해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어떤 생각에서인지 아직 호텔 델루나와 도깨비의 IP를 가진 회사에서 ‘집순이’를 고소하고 있지 않고 있다. 아마도 그 2차 창작물이 여전히 드라마 IP의 가치를 높여주는 마중물로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2차 창작물도 창작물인가?

​[편집과 합성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드라마 ‘델깨비’]

[편집과 합성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드라마 ‘델깨비’]

그렇다! 2차 창작물로 1차 창작물이 더욱 주목받고 가치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자신의 창작물을 오픈소스로 허용하는 원저작권자가 많아지고 있다. BAYC (지루한 유인원 요트 클럽, Bored Ape Yacht Club)는 2차 창작물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2021년 4월 Yuga Labs라는 회사는 재미있는 유인원 캐릭터를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의 NFT 콜렉션으로 등장시키며 오픈소스로 대중에게 공개했다. 즉각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개성을 가진 수만개가 넘는 2차 창작물들이 생겨났다. 또, 수많은 유인원 중 자신이 창작한 유인원은 유인원 세계를 관리하는 ‘젠킨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자, ‘닐 스트라우스’라는 미국의 인기 작가는 젠킨스를 활용한 소설을 출시했다. 유명 래퍼 에미넴과 스눕독은 그들의 뮤직비디오에 BAYC를 등장시켰고, 게임뿐 아니라 국내에 도 진출 예정인 BAYC 프랜차이즈 레스토랑까지 등장했다. 출시 다음 해인 2022년 Yuga Labs의 가치는 $ 40 억 (한화 약5조4천억원)으로 치솟았다.

[왼쪽부터 ①다양한 2차 창작자를 통해 수만종이 넘게 탄생한 BAYC, ②에미넴과 스눕독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BAYC 유인원들]

[왼쪽부터 ①다양한 2차 창작자를 통해 수만종이 넘게 탄생한 BAYC, ②에미넴과 스눕독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BAYC 유인원들]

사실 BAYC의 경우 어떤 것이 오리지널인지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원저작물과 2차 창작물이 어우러져 하나의 집합체로서의 IP가 존재한다. 유사한 사례로 Crypto Punks라는 NFT 콜렉션을 들 수 있다. 마찬가지로 원작에서 파생된 무수한 캐릭터가 존재한다. 레딧의 창시자이자 테니스 여제 ‘세레나 윌리엄스’의 남편인 알렉시스 오하니언 (Alexis Ohanian)은 아내와 닮은 Crypto Punks를 6개 구매했고, 공개 당시 개당 4억원이 넘는 시가에 이르렀다. 두 가지 NFT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파생 창작물의 다양성과 확장성이 커질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시대이며 2차 창작물들도 온전히 창작물로 인정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세레나 윌리엄스와 Crypto Punks

이러한 창작 예술작품 이전에 오픈소스가 활용되었던 것은 IT 기술 분야였다. 사실, 웹 2.0 시대에 오픈소스가 없었다면 IT 생태계의 발전은 없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의 직원 외에도 전세계 수많은 개발자들의 참여와 수익 배분이 있었기에 지금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존재하는 것이다.

반면 브랜드 업계에서는 대단히 배타적이고 폐쇄적이었다. 스타벅스와 같은 기업은 단순히 녹색의 원형 심볼을 가진 모든 기업에 특허소송을 걸고 보는 것으로 유명했었다. 그동안 기업들의 브랜드 매뉴얼은 엄격하게 규정된 디자인 가이드를 준수하도록 하고 이에 어긋나는 응용을 철저히 금지했다. 하지만, 이 또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 같다. 브랜드 심볼을 활용한 다양한 창작물을 허용, 아니 오히려 환영하고 있다. 래퍼 A$AP Rocky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Comme Des Garcon’을 패러디한 ‘Comme des Fuck Down’이 표시된 캡과 셔츠를 입고 등장했고, 시중에서도 날개 돋친 듯 판매되었지만 Comme des Garcon에서는 어떠한 제재도 하지 않았다. 2차 창작물을 ‘팬아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계적인 브랜드는 거대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고 팬으로서의 창작자들의 표현물은 막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려해야 할 것 이라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제 별로 없다. 브랜드 입장에서 대중들의 관심과 호감을 막을 이유는 전혀 없으며 오히려 자신들의 브랜드 자체가 소비자와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물론, 해당 브랜드의 스토리와 디자인 등의 아이덴티티 자체에 매력이 있어야 하므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낌없이 개방하고 공유한다

[왼쪽부터 ①엄격한 브랜드 디자인 가이드라인, ②래퍼 A$AP Rocky가 히트시킨 패러디 브랜드 Comme des Fuck Down]

[왼쪽부터 ①엄격한 브랜드 디자인 가이드라인, ②래퍼 A$AP Rocky가 히트시킨 패러디 브랜드 Comme des Fuck Down]

[왼쪽부터 ①명화와 심볼의 조합, ②나이키 로고로 구성된 일러스트레이션, ③많은 아이템을 히트시킨 일명 Chanel Drip]

[왼쪽부터 ①명화와 심볼의 조합, ②나이키 로고로 구성된 일러스트레이션, ③많은 아이템을 히트시킨 일명 Chanel Drip]

[BAYC 레스토랑]

[BAYC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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