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I August 23, 2023
이 작가의 작품은 매우 대중적이다. 보이는 대로 감상하며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의 생존작가 페르난도 보테로(1932~)다.
보테로는 주인공들을 모두 과장된 모습으로 그렸다. 일부에서는 장난으로 헐뜯기도 하고, '싸구려 예술'을 의미하는 '키치(Kitsch)'로 보기도 한다. 보테로가 그린 과장된 인체 비례란 뚱뚱하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낯선 이들이 아니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물이 다수다. 그래서 더 편하게 웃을 수 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작품은 '모나리자, 열두 살'(1959)이다.
'표준'에 대한 도발 그리고 고발
['모나리자, 열두 살' 뉴욕현대미술관 소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부터 마르셀 뒤샹의 모나리자, 앤디 워홀의 모나리자에 이어 보테로까지. 그러고 보면 모나리자는 미술의 대명사 자리를 잃지 않는다.
[뒤샹이 그린 '모나리자' 개인 소장]
다른 작품을 하나 더 보며 다시 웃는다.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를 대표하는 작품인 얀 반 에이크가 그린 '아르놀피니의 결혼'(1434)을 패러디한 1979년의 작품이다.
['아르놀피니의 결혼'과 패러디]
하지만 단지 웃기만 할 일이 아니다. 무엇인가가 있다. '풍자' 혹은 '해학'으로 번역되는 '패러디'란 단순히 비슷하게 제작하는 일이 아니다. 진정한 패러디엔 숨은 의도가 있는 법이다.
플라톤에 의하면, 그림이란 '원본(이데아)에 대한 사본(사물)의 사본(그림)'이므로 가치가 없다. '모방'을 부정했다. 현실에서 보거나 만질 수 없는 '이상(원본. 이데아)'만이 진리라고 주장했다. 보테로의 패러디 작품들은 '사본의 사본'이다. '모나리자', '아르놀피니의 결혼'에 대한 '또 한 번의 사본'이다. 플라톤을 소환하면, 보테로의 작품은 하등의 가치도 없다.
하지만 현대미술에선 사본 자체가 이미 독립된 가치를 지닌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이를 '시뮬라크르'라는 용어로 정립했는데, 시뮬라크르(사본)는 원본보다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사회의 고정관념에 대한 일침이나 비판, 혹은 고발의 역할도 크다. 인류의 '질병' 중 하나가 '기준'이나 '표준'을 정해놓은 다음, 거기에서 벗어나는 사례는 '비정상'으로 폄훼하고 소외시키는 일이다.
보테로는 말했다. "예술이란 삶의 잔인함에서 벗어나게 하는 아름다움과 존엄성의 자리다." 보테로는 또 말했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거장들의 색과 형태에서 나만의 유형이 시작됐다. 나는 단지 뚱보를 그리는 것이 아니다."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빌렌도르프에서 발견돼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로 불리는 11cm에 불과한 작은 조각상은 구석기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주술적인 성격의 조각으로 본다.
['아르놀피니의 결혼'과 패러디]
보테로의 풍만함이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풍만함이란 인류가 추구한 적합한 욕망이었다. 아름다움이었다. 그의 작품은 과장됐지만 솔직해 보인다. 우리는 대부분 위장하며 사는 것이 아닐까? 다른 말로, '모방' 혹은 '사본의 세계'에 살고 있지 않은가?
연합뉴스 도광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