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I June 26, 2023
능력과 노력·겸손함까지 갖춘 ‘만찢남’ 의도하지 않은 말·행동·경험이 결과 좌우
오타니 쇼헤이의 행운관리 전략
오타니 쇼헤이는 오늘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오타니는 이미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 없는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다. 천부적 재능, 압도적 성적, 반듯한 외모, 훈훈한 인성까지.
모두가 오타니를 탐구했다. 신선함을 준 것은 그의 능력이 아니라 노력이었다. 오타니가 직접 적고 실천했다는 목적 달성 틀인 만다라트가 그 덕분에 유명해졌다. 오타니의 열혈 팬인 스포츠 심리학자 고다마 미쓰오가 쓴 ‘오타니 쇼페이의 쇼타임’에 따르면 만다라트는 일본의 한 컴퓨터 직장인이던 마쓰무라 야스오가 불교의 만다라를 응용해 만든 경영 기법이다. 이를 오타니의 멘토인 하나마키 히가시 고교 야구팀 사사키 히로시 감독이 스포츠에 도입했다.
오타니도 사사키 감독의 만다라트 수첩 한 장을 받아 고교 1학년이던 2010년 12월 만다라트를 작성했다. 그는 일본 프로야구 8개 팀으로부터 신인 드래프트 1번으로 지명받는 것을 최종 목표로 두고 이를 위한 8가지 세부 목표를 적었다. 12시 방향부터 시계 방향으로 중요한 순서를 적는데 제구, 구위, 구속 160㎞/h, 변화구, 운, 인간성, 멘털, 몸 만들기 순이다.
사람들은 여기서 5번째에 적힌 ‘운’에 주목했다. 목표를 이루는 데 내 재능과 노력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운도 따라야 한다는 겸손, 특히 복불복이라 여기는 행운도 노력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은 반전이었다. 그래서 그는 쓰레기를 줍고, 야구부실을 청소했다. 쓰레기를 줍는 것 역시 사사키 감독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사사키 감독은 오타니에게 ‘쓰레기를 줍는 것이 행운을 불러온다’고 가르쳤고 오타니는 배운 대로 실천했다.
지난 12일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에서 우승한 노바크 조코비치는 경기장에서 공을 주워 주는 볼키즈들과 훈훈한 단체 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었다. 조코비치는 경기장에서 가장 고생하는 볼키즈를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4년 프랑스오픈에서 비로 잠시 경기가 중단되자 조코비치는 우산을 씌워 준 볼키즈 소년을 벤치에 앉히고 어깨동무하며 우산을 자신이 들었다. 음료를 꺼내 소년에게 건네고 건배하는 모습은 관중의 환호를 받았다. 2016년 호주오픈에서는 볼키즈에게 스트레칭을 해 달라며 몸을 맡기기도 했다. 소년은 수줍게 웃었다.
이른바 테니스계 빅3 가운데 로저 페더러가 은퇴하고 라파엘 나달도 은퇴를 예고했다. 조코비치가 최후 승자로 남았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연습의 결과지만, 작은 친절에도 게으르지 않았던 성실한 마음도 그의 성공을 도왔을 것이다. 페더러와 나달에 가린 3인자라는 평을 듣던 조코비치는 8년 전인 2015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서 담담히 말했다. “그들(페더러와 나달)의 날도 올 것이고 나의 날도 올 것이다.” 그의 말대로 됐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의도하지 않고도 귀중한 것을 발견하는 능력이나 현상이라고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설명한다. 크리스티안 부슈 뉴욕대 교수는 세렌디피티가 일어나는 조건인 ‘세렌디피티 코드’를 찾으려 세계 리더 200명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비슷한 환경과 조건에서 성공하는 사람의 특징은, 의도하지 않은 평소의 말, 행동, 경험이었다. 여기에 경험을 연결하고, 잠복기를 견디는 집념이 있었다. 그리고 세렌디피티를 “우연한 기회와 인간의 야망, 똑똑한 직감 사이의 상호작용”이라고 그의 저서 ‘세렌디피티 코드’에서 다시 정의했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자업자득, 운칠기삼’이다.
이인숙 플랫폼9와4분의3 이사
출처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2/0003826032?sid=110
[오타니 쇼헤이가 고교 1학년때 작성했다는 ‘만다라트’]